[베네수엘라]남미 최고부유국이던 베네수엘라가 지금 시리아,이라크보다 혼란한 이유

2017년 7월 30일, 베네수엘라 대통령 반대 시위로 10명 이상이 죽는다. 반대 시위는 몇 년간 계속되어왔다.

사진 소스 : Scoobay 

｜베네수엘라 지표만 보면, 베네수엘라에서 무슨 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나쁘다.

2017년 7월 30일, 베네수엘라에서 제헌국민의회(National Constituent Assembly) 선거가 열렸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의원을 선출하면 되었었다. 하지만 야당은 이번 선거를 보이콧하면서, 의원 자리 545석 전부를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측이 이긴다. 어째서 베네수엘라 야당은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베네수엘라는 한때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 베네수엘라는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보다 더 혼란스럽다. 2016년 시리아 GDP는 4.8% 하락한 거에 비해, 베네수엘라 GDP는 2016년 18.6% 하락했다. 

소스 : IMF, VICE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은 2016년 12월 800%를 찍었다. 

참고로 2016년 12월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1.2%였다.

소스 : TradingEconomics

베네수엘라 화폐 가치가 바닥을 치면서, 베네수엘라 일반인들이 식량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인구 4명 중 3명이 (원치 않는) 몸무게 감량을 경험했다. 이들은 일 년 동안 평균 8.6㎏의 몸무게를 잃었다. 물가 급등으로 일반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의료 서비스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베네수엘라의 정치적·경제적 혼란 속에서 폭력도 급등했다. 2014년 인구 1000명 당 폭력으로 죽은 베네수엘라 사람(살인율)은 2004년 이라크 전쟁으로 죽은 이라크 민간인 사망비율과 비슷하다.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는 2013년 베네수엘라 시민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하지만 2015년 선거에서 국민의회(National Assembly) 2/3가 야당 연합(Democratic Unity Roundtable)이 차지하면서, 2016년부터 국민의회를 야당이 주도하게 된다. 권력을 위협받은 마두로와 그의 당파 의원들은 의원 임기가 끝나기 전 2015년까지 대법원 판사 자리에 최대한 자신에게 충성을 바칠 판사를 앉힌다. 2015년 선거에서 선출된 의원들은 2016년부터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마두로 측근들은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의원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6년 3월,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야당이 주도하는 국민의회의 권력을 없애버린다.

대법원이 국민의회의 권력을 빼앗자, 베네수엘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다. 며칠 후 대법원이 국민의회 판결을 뒤집지만, 시위는 현재까지 계속된다. 여태까지 100명 이상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다.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국민의회를 설립하겠다고 2017년 3월 1일 발표한다. 제헌국민의회(National Constituent Assembly)는 베네수엘라 헌법을 개정하는 기관으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 운영된다. 제헌국민의회가 운영될 때 국민의회는 사실상 권력을 잃어버린다.

｜베네수엘라 빈곤층의 지지를 얻었던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우고 차베스(1999년~2013년)

베네수엘라에서 제헌국민의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있다. 마두로 대통령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Hugo Chavez)는 1999년 2월 2일에서 2000년 3월까지 제헌국민의회를 운영했다. 2000년 3월 새로운 베네수엘라 헌법을 발포하면서 제헌국민의회가 해체되고 국민의회가 다시 법 제정 기관을 담당하기 시작했었다. 1999년 제헌국민의회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1990년대 우고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엘리트의 부정부패 때문에 경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인기를 얻는다. '포풀리즘'으로 빈곤층의 지지를 얻는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베네수엘라 빈곤층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복지 프로그램에 돈을 쏟는다. 차베스 정권은 베네수엘라 빈민층에게 식료품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지원금을 주었고, 교육 시스템을 개선했다.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이었던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인구 빈곤율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베네수엘라 엘리트의 지지를 얻어야만 하는 니콜라스 마두로(2013년~)

마두로 대통령은 82%가 되는 베네수엘라 빈곤층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유지한 차베스 대통령의 전략을 쓰지 못한다. 2013년부터 원유가격이 계속 내려 갔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사실 세계 1위의 원유 매장량 보유국이다. '석유'하면 떠오르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원유 매장량이 많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원유를 수출한 돈으로 베네수엘라 빈곤층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국제 유가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스 : yChart

2008년 국제 금융 위기로 유가가 잠깐 급감했지만, 곧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2013년 차베스가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까지 원유 가격은 100달러를 훌쩍 넘었었다. 하지만 마두로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부터 국제 유가 가격은 계속 내려갔고, 앞으로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대부분 석유 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으로 베네수엘라 재정은 큰 타격을 입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지지는 얻었지만, 베네수엘라의 미래를 대비하지는 않았다. 베네수엘라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지도 않았고, 빈곤층 지원금 때문에 베네수엘라 정부 부채는 계속 쌓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되었지만, 차베스 대통령과 같은 전략을 사용하지 못한다. (차베스 대통령은 2013년에 사망했다)

돈이 없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더는 빈곤층에게 식료품과 의료품 지원금을 주지 못하게 되었다. 빈곤층의 지지를 얻기 힘들겠다고 판단한 마두로 대통령은 엘리트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마두로 대통령은 복잡한 통화체계를 이용하여 베네수엘라 엘리트의 인기를 얻는다. 대통령 측 사람들은 정부의 "공식 시세"를 통해, 10 볼리바르(베네수엘라 화폐 단위)를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암시장을 통해서만 볼리바르를 교환할 수 있는데, 암시장에서 1달러를 얻으려면 1,400 볼리바르(수시로 바뀐다)를 내야한다.

같은 물건을 사려도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소스 : Joon Ian Wong

2016년부터 베네수엘라 식량 공급을 담당하는 군대 고위직과 관계자들은 "공식 시세"로 외국 음식을 수입해 암시장에 엄청난 볼리바르를 얻을 수 있다. 이로써 마두로 대통령은 군대 장교와 엘리트의 지지를 얻게 된다.

｜마두로 독재체제 속 베네수엘라의 미래

베네수엘라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은 차베스 대통령은, 그들이 1999년 제헌국민의회에 동의해 줄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국민 투표를 열어 제헌국민의회 개설 여부를 투표에 부쳤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제헌국민의회 개설 여부 투표 이후, 제헌국민의회에 선출할 의원들을 뽑았었다.

소수 엘리트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수적으로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제헌국민의회 개설 여부 국민 투표를 열지 않고, 바로 제헌국민의회에 선출할 의원 선거를 연다. 2017년 7월 30일, 제헌국민의회 선거를 야당이 보이콧한 이유고, 베네수엘라에서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난 이유다. 그들은 제헌국민의회에 누구를 앉힐지 결정하기 전에, 제헌국민의회를 설립해야 할 지 그 자체를 투표에 부쳐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국민의회에서 개정한 베네수엘라 헌법을 국민투표에 부칠 테니, 제헌국민의회 개설 여부 국민 투표를 건너뛰고 제헌국민의회 의원 선거부터 시작해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마두로 대통령 측은 7월 30일 제헌국민의회 선거에 베네수엘라 시민 42%(810만 명)가 투표했다고 주장한다. 야당 측은 시민 15%(200만 명)만 투표했고, 나머지 시민들은 이번 선거를 보이콧한거라고 주장한다. 해외 전문가들은 투표자 수가 360만 명 된다고 추측한다. 7월 초반 야당이 개최한 강제성을 띠지 않은 국민투표에서 70만 명이 넘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마두로 대통령의 제헌국민의회에 반대했었기 때문에, 마두로 대통령 측과 야당 측이 선거에 참여한 투표자 수를 두고 예민하다. 야당은 제헌국민의회 설립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에 선거에 아무런 후보도 내보내지 않았다. 제헌국민의회 545석 전부 마두로 대통령 측근이 차지했다. 제헌국민의회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임기, 권한 등을 개정할 수 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는 이제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체제가 돼버렸다.

국제 사회는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적인 행동을 규탄했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과 대통령 관계자에게 경제 제재(국제적인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도록)를 내렸다. 베네수엘라는 정치적·경제적으로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8월 1일 이미 가택연금 중이던 야당 지도자 두 명이 새벽에 감옥으로 이송되었으며(이후 다시 가택 연금당하고 있다), 8월 11일에 (야당이 선출했었던) 베네수엘라 대법원 판사들은 베네수엘라 밖으로 도망쳤다. 몇 년간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 체제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 앞으로 베네수엘라의 미래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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