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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에서 끝없는 분쟁 소식이 전해진다. 현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만 예멘과 시리아, 이라크로 총 3개다. 예멘에서는 현 정부와 무장 단체 '후티'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역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제1의 경제·정치·종교 중심지이자 예맨의 수도 사나(Sana'a)가 파괴된 모습




심지어 2016년 10월에 발병된 콜레라가 지금까지 계속되어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대부분 아이)이 사망할 것이라고 옥스팜 무역기구가 예상한다. 시리아 이들리브(Idlib) 주에서는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소 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리아 정권은 화학무기 사용을 강력히 부인한다)




화학무기로 고통받는 시리아 어린이 




2017년 7월 이라크군이 ISIS가 점령하고 있던 이라크 모술(Mosul)을 탈환했지만, ISIS는 국제적인 단체라 ISIS를 근절하지는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ISIS 대원이 후퇴하면서 이라크 유전에 방화했다. 그 현장을 지나는 자전거 타는 남자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복잡해 보여도 모든 분쟁에 참여하는 두 나라가 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다. 중동의 끊임없는 전쟁은 알고 보면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전쟁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40년 동안 계속된 미국과 소련의 '냉전(Cold War)'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미국과 소련은 직접 싸우지 않고 서로 전쟁을 선포한 적도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를 무대로 대리전쟁이 계속되었다. 미국과 소련은 '내 편, 네 편' 나누어 내 편이면 독재자든 반군이든 가리지 않고 후원했다. 다른 나라 내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왕국 vs 공화국






미국과 소련이 각각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내세우며 싸웠듯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각각 왕국과 공화국을 주장하며 싸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공식적인 이름에서 이 차이가 잘 드러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Kingdom of Saudi Arabia', 즉,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고, 이란은 'Islamic Republic of Iran', 즉,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다. 미국과 소련 냉전으로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쿠바 미사일 위기 등의 분쟁이 일어났다. 이와 비슷하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냉전으로 현재 중동에서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가난한 주변 국가의 피해가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세운 'Al Saud' 부족은 세계 제1차 전쟁으로 오스만 제국이 무너진 후 반도 대부분을 정복했다. 그 전까지는 오스만 제국의 여러 부족 중 하나였다. 1932년 공식적으로 'Kingdom of Saudi Arabia'라고 국가 이름을 바꿨다. 6년 후 땅에서 석유가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거대 석유수출국이 되면서 석유를 원하는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이웃 나라 이란에도 석유가 많았다. 1953년 미국이 비밀리에 쿠데타를 조장해서 인기 있던 이란 수상 모하마드 모사테크(Mohammad Mosaddegh)를 제거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정보부의 도움으로 이란 군주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Mohammad Reza Pahlavi)가 이란의 정책을 주도하게 된다. 팔라비는 석유로 얻은 외화와 미국의 경제원조로 백색혁명에 착수한다. 친미전선을 펼치며 서방국이 이란에 투자하도록 유치하려고 했다. 그러나 비밀경찰로 대중을 겁주었고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게다가 급진적인 서구화로 이슬람교 성직자와 대중의 반발을 얻었고 오일 쇼크로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지자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난다. 



이슬람교 성직자 루홀라 호메이니(Ruhollah Musavi Khomeini)가 이란 혁명을 주도한다. 친미 독재 군주를 반대하며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설립한다. 이게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은 무섭다. 이란이슬람공화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공화국을 설립하려고 할까 봐 그렇다. 게다가 이슬람교의 리더자리도 빼앗길까 염려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슬람교에서 중요시하는 도시 메디나(Medina)와 메카(Mecca)가 위치해서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가 무슬림 세계의 리더라고 여겨왔다. 인기 있는 혁명으로 이제 이란이 정당한 무슬림 국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생긴 거다. 게다가 이슬람교는 수니파(Sunni)와 시아파(Shia)로 나뉘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대부분이 수니파, 이란은 대부분이 시아파다. 그동안 수니파와 시아파는 평화롭게 잘 지냈었는데, 이제는 종파의 차이가 피 터지게 싸우는 '근거'가 되어버렸다.




남아시아와 중동 수니파 시아파 분포

소스 : The Shia Revival by Vali Nasr





1980년에도 이라크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괜한 걱정을 한 게 아니었다. 이란이 친미군주제를 뒤집고 공화국을 설립하려는 조직을 돕기 시작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특히 시아파) 조직을 돕는다. CIA가 1980년 3월에 작성한 비밀 보고서를 2006년 공개하면서 자세한 내용이 드러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방어책으로 미국이랑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다른 걸프만 5개국과 걸프협력이사회(Gulf Cooperation Council)를 설립해 경제와 국방 안전면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또한 1980년 이라크-이란 전쟁에서 이라크를 후원한다. 1979년 (시아파) 이란 혁명으로 이라크 시아파도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웠던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이란 혁명도 막고 석유도 뺏을 겸 이란을 공격했다. 이라크-이란 전쟁에서 이란이 우세하기 시작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에 돈과 무기 등을 제공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를 방패로 이란을 막으려고 한 거다. 끊임없는 지원으로 1988년까지 이 전쟁은 계속된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비난하면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다.







15년 뒤 2003년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고 사담 후세인 정부를 무너뜨린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란도 이걸 원치 않았다. 중간에 방패막이가 사라진 것이다. 후세인 정부가 무너지고 빈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이라크 내전이 시작된다. 이라크 정부가 없어지자 이라크 민간인 무장조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일반 시아파 무장조직, 급진적인 시아파 무장 조직, 일반 수니파 무장조직, 급진적인 수니파 무장조직이 다수 등장한다. 이란은 시아파 무장 조직,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이라크 민간 무장 조직들을 지원한다. 두 나라 모두 일반 무장 조직과 급진 무장 조직을 가르지 않고 지원한다. (이러면서 ISIS가 성장한다. ISIS는 이라크에서 시작된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이다)








아랍에도 봄이 올까?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 아랍 중동 국가 및 북아프리카 일대로 퍼졌다. 기존 독재 정부에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시위였다하여 "아랍의 봄"이라고 불린다. 정부와 민중 사이의 갈등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또 이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과 튀니지, 바레인 정부를 지원하고, 이란은 반정부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했다. 시리아의 경우, 이란이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를 돕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니파 무장단체를 지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싸움, 왕국과 공화국의 싸움은 계속된다. 두 국가가 이대로 공존할 수 없다고 여기며 세력을 확보하는 게 자국 안보와 직결된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여전히 주변 국가를 끌어들인다. 2017년 6월 22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가 이란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으면 카타르를 고립시키겠다고 발표한다. 또 시리아하고 이라크를 지배하던 ISIS 힘이 약해지면서, 자국 사상에 맞는 세력이 시리아와 이라크를 지배할 수 있도록 민간 무장조직에 대한 지원이 계속된다. 중동의 냉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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