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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페이지트럼프가 공화당 지도부를 거부했다.




|2017년 9월 말까지 미국 의회가 통과해야 할 3대 의제는 다음과 같다.


1. 태풍 '하비' 구제기금 마련하기.
2. 연방 정부 기금 마련하기.
3. '채무한계(debt ceiling)' 상향 조정하기.



1번 의제는 태풍 '하비'가 미국 대륙을 강타하면서 생긴 단발성 문제다. 이에 비해, 2번과 3번은 미국 의회 (거의) 연례행사다. 연방 정부 기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립공원 등의 정부 시설은 모두 폐쇄가 된다. 미국 정부가 셧다운한다고 부른다. 2017년 9월 30일, 기존 연방 정부 기금이 동난다. 그리고 '채무한계'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파산(디폴트)한다.



|공화당 지도부가 민주당 지도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

공화당은 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과반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는 2번과 3번을 통과하려면 민주당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1.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서.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하려면 상원 의원 100명 중 52명의 찬성표를 얻으면 된다. 하지만 52표를 얻을 법안도, 아주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원 한 명이라도 있으면 법안 통과 과정이 중단된다. 극심히 반대하는 의원은 몇 시간 동안 계속 서서 발언(어떤 말이든)을 계속해 법안이 진행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이를 '필리버스터(filibuster, 의사 진행 방해)'라고 부른다. 필리버스터는 어떤 안건에 관한 토론 시간에, 토론 대신 장시간 발언을 하며 진행되는 표결을 지연하거나 완전히 막고자 하는 행위다. 필리버스터(막 주절주절 떠드는) 의원을 막으려면 상원 의원 60명 이상의 표가 필요하다.


필리버스터를 하는 의원은 몇 시간 동안 계속 서서 발언(어떤 말이든)을 계속해야 하므로 필리버스터는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다. 그만큼 강력히 반대하는 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법안은 더 많은 의원의 찬성표(60표)를 얻어야 한다는 게 필리버스터의 취지다. 지금 상원 공화당 의원 수는 54명이다. 나머지 상원 의원 46명 중, 44명은 민주당이고 2명은 무소속이다.



2. 공화당 극우성향 'Freedom Caucus'에 속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의제 2, 3번에 무조건 반대하니까.

공화당 극우성향 'Freedom Caucus'와 중도성향 'Tuesday Group'의 분열은 앞선 글에서도 계속 다루었다. 이들의 견해 차이는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이 부결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Freedom Caucus'는 정부 프로그램을 무조건 줄이려는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


("트럼프케어" 지지율 바닥인 이유와 그래도 계속 추진되는 이유


오바마 대통령 시절, 공화당 'Freedom Caucus'와 'Tuesday Group'은 '오바마 반대'라는 목적으로 단합이 되었었다. 일례로, 2011년 공화당 중도파와 극우파는 '채무한계'를 올려주는 대가로 일련의 조건들을 내세웠고, 원하는 바를 꽤 얻어냈다. 하지만 공화당이 집권당인 지금, 이제 민주당이 '채무한계'를 올려주는 대가로 민주당 성향의 법안 통과를 요구할 때가 왔다.


(연방정부 기금마련과 채무한계 상향 조정 건은 항상 야당이 집권당을 협박하는 데 이용된다. 정부 시설이 폐쇄되고 미국 정부가 디폴트를 할 경우, 집권당 체면이 안 서기 때문이다)




|희망에 찬 공화당 지도부의 계획

공화당 지도부는 과거 야당 시절 의제 2번과 3번을 잘 이용해먹었다. 이제 그들은 민주당 지도부가 자기들을 얼마나 골먹이를 썩일까 염려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공화당 지도부에게 (최소한 정치적으로) 희소식이 날아왔다. 태풍 '하비'다. 공화당 지도부는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정부 지출' 의제를,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태풍 구제 기금 마련' 의제랑 묶어서 한꺼번에 통과하려고 계획했다. "어디, 민주당이나 공화당 'Freedom Caucus'가 '태풍 구제 기금 마련'을 막을까 쏘나"라는 심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연방정부 기금과 '채무한계'를 넉넉히 올리려고 마음먹었다. 공화당 우익 성향 유권자에게 정부 지출 의제는 워낙 인기가 없으니까 공화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되도록 정부지출 투표를 최소화하고 싶다. 공화당 우익 성향 유권자에게 계속 상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야당 민주당이 물고 늘어질 껀덕지도 덜 생긴다. 그래서 공화당 지도부는 18개월 이후에나 다시 정부 지출 의제에 투표해야 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정부 지출 의제는 2018년 의원 선거일 이후에나 이루어진다.


공화당 지도부의 '18개월 안'에 대해 공화당 'Freedom Caucus'와 민주당 지도부 모두 불만을 내뱉었다. 물론 전혀 다른 이유에서다. 'Freedom Caucus'는 왜 정부 지출을 대대적으로 손을 안 보냐는 불만이었고, 민주당은 왜 18개월 이후에나 정부지출 의제에 투표하게 되냐는 불만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3개월 동안 정부 지출만 승인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9월 6일, 트럼프의 딜 Deal!

9월 6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리더 2명과 민주당 리더 2명, 그리고 (트럼프가 직접 임명한 공화당)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Steven Mnuchin)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로 불러모았다. 공화당 리더는 상원 공화당 대표 미치 매코널(Mitch McConnell)과 하원 공화당 대표 폴 라이언(Paul Ryan)이었고, 민주당 리더는 상원 민주당 대표 척 슈머(Chuck Schumer)와 하원 민주당 대표 낸시 펠로시(Nancy Pelosi)다.


공화당 지도부는 계속 '18개월 안'을 주장했고, 재무장관 므누신도 동의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거절하자 공화당 지도부는 그럼 '6개월 안'을 하자고 어필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그것도 싫다고, '3개월 안'이 좋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Deal."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도부 얼굴에 띤 미소가 딱딱하게 굳었다는 후문이다. 


이 미팅이 끝나고, 트럼프가 민주당의 '3개월 안'에 동의했다고 보도가 되면서 공화당 지도부와 공화당 의원들이 얼마나 화가 났던 지("rage")에 대해서도 흘러나왔다. 공화당 사람들은 '3개월 안'이 단지 민주당 지도부의 허풍이었을 뿐인데, 트럼프가 왜 쉽게 굽혔냐는 주장이다. 이제 공화당은 지금으로부터 3개월 후 2017년 12월에 민주당과 또다시 2번과 3번 안건에 관해 협상을 벌여야 할 처지다. 공화당 한 고위 직원이 한 인용구가 인상적이다. 

"He f----d us."




트럼프가 "Deal"을 하고 나자, 이번에는 트럼프 딸 이반카 트럼프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와 의회 지도부에게 자녀세액공제(child tax credit)을 올려야 된다고 말하러 들어왔다고 보도되었다. 공화당 지도부는 더 빡쳤겠다. 대통령 딸 이반카 트럼프가 '낄낄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하지 못하고, 심지어 정부가 더 지출을 해야 한다니! 공화당 지도부가 이반카 트럼프에게 아주 화났다는 "익명"의 제보가 많이 보도된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코미디언 존 올리버(John Oliver) 이 미팅을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트럼프가 공화당 지도부 물 먹인 이유

뉴욕타임스와 NBC 등의 언론에서 트럼프는 갑자기 초당파(bipartisanship) "딜 메이커"가 돼버렸다. 트럼프가 민주당 지도부 척 슈머와 낸시 펠로시에게 전화를 걸어 "The press has been incredible.(아주 좋은 반응이야)"라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다. 트럼프는 그동안 대통령 취임식 이후 이렇다 할 법안을 통과한 적이 없었다. 거의 다 의회의 도움이 필요 없는 대통령 행정명령이었다. 그 대통령 행정명령마저도 법정에서 계속 정지 처분을 받았다.


([정치 속 이슈/트럼프 정책] - 트럼프 이민 정책이 욕먹는 이유)


대통령 트럼프가 제일 먼저 통과하고 싶었던 법안은 감세 법안이었다. 하지만 경험 있는 공화당 지도부가 자기들을 믿으라며,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트럼프를 설득했다. 공화당은 7년 동안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는 것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바마케어를 폐지하여 아낀 돈으로, 더 대대적인 감세 법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공화당 지도부는 생각했었다. (스포일러: 오바마케어 부결 법안은 폐망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지도부가 무능력하다고 여긴다. 이미 상원 리더 미치 매코널을 (어디겠는가) 트위터에서 깐 적 있다. 그리고 하원 리더 폴 라이언이 '트럼프 액세스 할리우드 테이프' 이후 자신을 버렸었다는 걸 절대 잊지 않았다. (트럼프는 '액세스 할리우드' 인터뷰 장소에서 촬영되는 줄 모르고 언어 성폭력을 했다) 게다가 트럼프가 FBI 특검 뮬러의 수사를 공화당 지도부가 제대로 막아주지 않은 데에 불만을 품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공화당 지도부가 "팀 플레이어"가 아닌 것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 상원 리더 척 슈머는 트럼프 뉴욕 시절서부터 알던 사이었다. 트럼프는 그리고 민주당 하원 리더 낸시 펠로시의 팬이다. (낸시 펠로시는 정치인 집안 출신이며, 하원 민주당을 자기 원하는 대로 투표하는 실세다) 2000년대 초반 낸시 펠로시에게 트럼프가 팬 노트를 보낸 적도 있었다.


이제 트럼프는 앞선 7개월간의 엉망진창에 대한 책임을 공화당 지도부에게 전가할 수 있다. 언론의 피드백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트럼프가 진보적인 NBC와 뉴욕타임스에서 그를 칭찬한 걸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보도다. 사실 트럼프는 정부 지출 면에서는 공화당과 별로 안 맞는다. 트럼프가 은행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빌려 건물을 짓고, 카지노를 세웠다는 건 유명하다. 그 과정에서 몇 번 파산한 경우도 있을 정도다. 공화당 지도부가 작성한 트럼프케어 법안도 "one mean sonofabitch(매정한 법안)"라고 표현한 적 있었다. 트럼프가 공화당과 특히 공화당 극우 세력과 잘 맞는 부분은 미국 이민 정책이다. 대놓고 이민자들을 배척한다. 그래서 트럼프는 계속 당을 바꿨나 보다. 정부 지출을 별로 신경 안 쓰고, 인민 정책에는 엄하니까 민주당에도, 공화당에도 속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공화당 분열'이라는 똥을 피해 민주당 지도부와 더 붙을지,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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