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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통증 치료법 정리 노트 사진



허리통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한 건강 문제다. 사람들의 직장 및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세계 제10대 질병 중 하나다. 허리 통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만큼, 허리 통증 치료법도 다양하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권하는 치료법을 무조건 맹신하지 말자. 현재 요통 치료법 중 치료법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제대로 된 실험을 거치지 않은 게 많다. (나는 고3 때 (허리와는 관계없지만) 큰 수술을 하게 됐었는데, 그때 나는 무섭고 급한 마음에 나 스스로 더 알아보지 않고 스펙 좋은 의사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수술한 게 일생일대의 후회다)


허리 통증을 느끼는 사람 85%가 '비특이성 요통'이다. 이는 종양이나 감염 등의 명확한 원인이 진단되지 않은 경우다. 허리통 치료법으로 진통제와 수술, 스테로이드 주사, 척추 도수치료, 침술, 운동, 심리치료 등 여러 치료법이 제시된다. 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과학적으로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된다고 증명된 치료법과 도움이 되지 않는 치료법을 정리하겠다. (해당 치료법은 주석에 달아놓겠다. 나는 전반적으로 UpToDate를 참고했다. UpToDate는 과학 증거에 기초한 임상 보고서를 제공한다. 모든 보고서는 익명으로 상호 심사(peer reviewed) 받기 때문에 거리낌 없는 비판이 이루어지고, 모든 보고서 작성자는 이해관계를 밝혀야 하기 때문에 투명하다)


|진통제 (스포일러 : 비추한다)

허리 통증이 계속된다고 하면 의사 선생님이 진통제를 권할 수 있다. 진통제는 크게 비마약성 진통제와 마약성 진통제로 나뉜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일반 소염제나 아세트아미노펜 등이고, 마약성 진통제는 모르핀, 코데인, 메타돈, 펜타닐 등이다. 마약성 진통제는 통각의 전도를 차단하여 대뇌피질 지각령의 감수성을 저하함으로써 통증을 억제한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요통에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기 시작했지만, 그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실험은 2017년에서야 처음 이루어졌다. 에린 크렙스(Erin Drebs) 의학박사가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통해 1년 동안 요통에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를 처방받은 환자와 비마약성 진통제(일반 소염제와 아세트아미노펜)를 처방받은 환자가 느끼는 고통을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이 비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사람보다 환자 기능 면이나 받는 고통 면에서 나은 점이 없었다[각주:1]. 오히려 (오피오이드로 유발된 통각 과민증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사람들이 더 많은 고통을 느꼈다.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시각이 요즘 국내외로 갈린다는 게 주목할만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보편화하여있었던 미국에서는 2017년 8월 오피오이드 남용을 "국가 비상사태"로 선언할 정도로 마약성 진통제 문제가 심각함을 인식하고 있다. 2016년 1년 동안 미국에서 약물 남용으로 죽은 인구 수만 62,000명이었다. 이에 반해 아직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이 비교적 제한적인 국내 의료계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대한 필수성과 효용성 중심으로 개방적 사용을 주장한다. 아무 통증 없이 발목이 부어 입원한 환자에게 마약 패치(펜타닐패치)를 처방한 국내 의사 사례가 작년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마약성 진통제는 연속해서 사용하면 내성(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양의 진통제를 요구하게 되는 현상으로 중독과는 별개인 생리적인 현상)이 생기고, 정신적 중독(addiction)신체적 의존성(마약성 진통제를 장기간 사용하다가 갑자기 끊는 경우 나타나는 금단현상으로 중독addiction과는 다름)이 생긴다.


비마약성 진통제라고 안심하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는 비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비마약성 진통제 역시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어지럼증, 구토, 내성, 간 수치, 위궤양이다. (의사가 소화성궤양용제를 처방해준다면 그 의사가 같이 처방해준 다른 약이 위에 안 좋은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척추유합술 (스포일러 : 비추한다)

척추유합술은 척추에 못을 삽입한 후 뼈 이식을 통해 불안정한 척추체를 고정하는 수술이다. 척추유합술은 전방전위증(척추관협착증이 심해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나는 심한 경우)에 시행된다. 하지만 나사못을 박게 되면 척추뼈 자체의 운동성이 줄어들고, 수술한 부위 위아래로 받는 압력이 수술 이전보다 높아진다. 오리건 건강과학대학 로저 추(Roger Chou) 교수는 척추유합술 무작위대조실험에서 척추유합술을 받은 환자가 비수술 치료를 받은 환자에 비해 눈에 띄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각주:2].



|스테로이드 주사 (스포일러 : 비추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척추관협착증과 추간판수핵탈출증과 관련된 요통에 처방되고 있지만, 위약 대조 임상시험 데이터 분석결과 스테로이드 주사는 허리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감소 효과는 단기적이었으며,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스테로이드가 건강에 안 좋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테로이드 주사는 장기적으로 환자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각주:3].


|수기요법 - 척추 도수치료, 추나요법, 카이로프랙틱 (스포일러 : 할만하다)

나는 누워만 있고 남들이 열심히 손가락 운동(수기요법)을 해 내 허리통이 없어지면 오죽 좋을까? 귀차니스트들에게 나쁜 소식이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수기요법으로 허리 고통을 줄어드는 기간은 약 1주일간으로 짧다[각주:4]. 장기적으로 허리 통증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지에 대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수기요법으로 인한 부작용이 거의 없으므로, 시간적·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받아보는 게 좋다. 수기요법은 대표적으로 3가지가 있다.


척추 도수치료물리치료사가 변형된 척추나 관절 등을 교정해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거나 기능을 개선해주는 치료다. 척추 도수치료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는 천만 명 중 하나로 매우 낮다. 하지만 만성 요통 환자가 아니라  급성 요통 환자(4주 이내 요통이 없어진 경우)는 척추 도수치료를 받지 않는 게 낫다. 6,070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크란 조사에 의하면, 만성 요통 환자는 도수치료로 단기적인 효과를 보지만, 단기성 요통 환자는 도수치료를 받든, 플라세보를 받든 느끼는 허리 통증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수치료를 받을 때 꼭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요통 때문에 찾은 물리치료사가 정기적으로 엑스레이나 고급진 비싼 검사를 요구한다면 그 물리치료사를 그만 보는 게 좋다. 특히 '비특이성 만성 요통'인 경우, 정기적으로 사진을 찍어봐야 돈만 쓰지 허리 고통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추나요법한의사가 환자의 몸을 밀기, 당기기, 누르기, 꼬집어 올리기, 원 그리며 돌리기 등의 자극을 가하는 한방 수기요법이다. 추나요법으로 부작용은 생기지 않지만, 골다공증 등 뼈가 상하기 쉬운 사람이나, 염증·피부 손상·습진·대상포진 등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추나요법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뼈와 관절, 피부에 강한 압력을 가하는 추나요법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은 미국판 추나요법이라고 보면 된다. '손'을 뜻하는 그리스어 ‘카이로(cheir)’와 '치료'를 뜻하는 ‘프랙틱스(praxis)’의 합성어다. 문제는 국내에선 카이로프랙틱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도수치료를 시행하는 물리치료사나 추나요법을 시행하는 한의사와는 달리, 카이로프랙틱사는 의료기사가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카이로프랙틱이 국내에서와는 달리 제도화되었다) 그리고 척추 도수치료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천만 명 중 하나일 때, 카이로프랙틱으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는 백만 명 중 하나다. 물론 백만 명 중 한 명이라는 건 크게 위험해 보이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카이로프랙틱을 받을 바에야 도수치료를 받는 게 더 낫다.



|침술 (스포일러 : 할만하다)

안타깝게도 침술이 요통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비영리조직 Group Health Cooperative 연구결과에 따르면 침술이 만성 요통의 고통을 줄여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실험에서 침을 어느 위치에 꽂든 환자가 느낀 요통 효과가 일정하여 침술이 실제로 요통에 도움이 된 건지, 아니면 환자가 단순히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에 고통을 덜 인지하게 된 플라세보 효과가 아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각주:5]. 하지만 침술로 인한 부작용이 거의 없으니 침술을 시도해보고 내 허리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었다면 계속 받아보는 건 괜찮겠다.


|꼭 해야만 하는 방법 :  미안하다. 운동이다.

내 글을 쭉 읽으면서 안 좋은 예감이 들었을 것이다. 이러다가 내 허리통 해결법엔 운동밖에 안 남겠다고. 당신의 예감이 맞다. 귀차니스트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지만 어떠한 운동이든 운동 안 하는 거에 비해 요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결과가 존재한다. (운동이 몸에 좋다는 분석결과는 아주 오래전부터 나왔다)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라서 (가능하다면) 자신이 즐기면서 하는 운동이라면 뭐든지 좋다. 하지만 모든 운동 똑같이 싫다, 운동 해야 할 바에는 허리 통증에 효과적인 운동을 골라 하겠다는 사람을 위하여  허리 아플 때 좋은 운동도 소개하겠다. 우선 운동 방법별로 요통에 효과를 정리하겠다.


요가는 요가를 한 사람의 요통에 "낮거나 보통 수준의" 도움이 되었다. (2017년 Cochrane에서 1,080명을 대상으로 한 요가 효과 분석 결과) 요가 시작 3개월~6개월부터 허리를 더 잘 쓰고 허리 통증도 덜 느꼈다. 요가로만 허리 통증을 극복할 만큼 요가 효과가 완전했던 건 아니지만 요가는 확실히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된다.


타이치(태극권)이 조깅이나 뒤로 걷기보다 요통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태극권이 요통을 극복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필라테스가 요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오히려 태극권보다 덜 분명하다고 나온다. 필라테스는 요통에 "거의 없거나 낮은 수준의"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어떠한 운동도 요통(과 전체적인 건강)에 긍정적이니 본인이 평상시에 필라테스를 즐긴다면 계속하는 게 좋다.


허리 아플 때 좋은 운동으로 맥길 빅3을 추천한다. 캐나다 워털루대학 척추 생체역학과 스튜어트 맥길(Stuart McGill) 교수가 요통 운동 권위자다. 맥길 교수는 (돈 많은) 환자 한 명을 몇 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그 환자의 움직임과 자세를 관찰하면서 요통을 일으키는 경위가 뭔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준다. (맥길 교수는 'Back Mechanic'이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아쉽게도 한글로 번역된 것은 없다) 맥길 교수를 직접 만나지 못한다고 서러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맥길 교수는 요통을 느끼는 사람을 바탕으로 한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맥길 빅3 운동법을 개발했다. 맥길 빅3는 척추 주변 허리 근육 을 강화시켜 척추 제어 능력과 척추 내구성을 키우는 운동이다. 격렬한 운동이 아니어서 안전하다.

맥길 빅3에 관해 좋은 사진이 있길래 가져왔다. 사진 출처를 미리 밝혀둔다.

(동작 시연: 김지현, 사진 촬영: 박기수, 사진 저작권: (주)사이언스북스)


맥길 빅3 첫 번째 운동 : 상체 살짝 들기(the curl up) 

허리아플때좋은운동 1 'curl up' 운동



맥길 빅3 두 번째 운동 : 옆구리로 버티기(the side bridge)

허리아플때좋은운동 2 'side bridge' 운동



맥길 빅3 세 번째 운동 : 네발 자세로 다리 들기(the bird-dog)

허리아플때좋은운동 3 'bird-dog' 운동


각 운동을 아침저녁으로 4회-(1분 휴식)-3회-(1분 휴식)-2회-(1분 휴식)-1회를 반복한다. 운동하다 허리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바로 중단한다.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하면 오히려 허리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몸과 내 마음 

1900년대 미국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미국 드라마 닉(The Knick)을 보고 사람의 감정과 심리학적 문제가 얼마나 모호하고 다루기 힘든지 새삼 느꼈다. 그 당시에는 우울증을 해부학적 문제라고 여겨서, 우울증 환자는 감정을 느끼는 뇌 부분 절단 수술을 받게 했다. 요즘은 심리상담사와 대화로 우울증을 다루는 게 대세다.


요통도 그동안 단순히 부상이나 해부학적 문제라고 여겨지다가, 현대에 들어 요통이 환자의 심리적,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설이 대세다. MRI에는 똑같은 허리부상으로 나와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고통의 정도[각주:6]는 달랐던 실험 결과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극심한 만성 요통을 겪고, 어떤 사람은 아무런 고통도 못 느꼈다. 스트레스, 우울증, 걱정, 심리적 고통,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심지어는 직업 만족도에 따라 환자가 느끼는 고통에 차이가 났다.


그래서 물리요법과 심리요법을 병행하는 "다분야 재활(multidisciplinary rehabilitation)이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특히) 찾기 힘들고 많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단순히 물리요법 치료보다 "다분야 재활"이 단기적 장기적으로 요통에 더 효과적[각주:7]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니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다분야 재활"이 좀 더 일반화되는 날이 곧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내 마음을 들추는 것과 내 몸을 움직이는 것 중 뭐가 더 고통스러운지는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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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rebs EE, et al, Effectiveness of opioid therapy vs. non-opioid medication therapy for chronic back & osteoarthritis pain over 12 months. [본문으로]
  2. Chou, Roger, et al. "Diagnosis and Treatment of Low Back Pain: A Joint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rom the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and the American Pain SocietyDiagnosis and Treatment of Low Back Pain."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47.7 (2007): 478-491. [본문으로]
  3. Chou, Roger, et al. "Pain management injection therapies for low back pain." (2015). [본문으로]
  4. https://effectivehealthcare.ahrq.gov/ehc/products/553/2178/back-pain-treatment-executive-160922.pdf [본문으로]
  5. Cherkin, Daniel C., et al. "A randomized trial comparing acupuncture, simulated acupuncture, and usual care for chronic low back pain."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169.9 (2009): 858-866. [본문으로]
  6. Boden, SCOTT D., et al. "Abnormal magnetic-resonance scans of the cervical spine in asymptomatic subjects. A prospective investigation." JBJS 72.8 (1990): 1178-1184. [본문으로]
  7. Van Middelkoop, Marienke, et al. "A systematic review on the effectiveness of physical and rehabilitation interventions for chronic non-specific low back pain." European Spine Journal 20.1 (2011): 19-3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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