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뉴스를 보는 고양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워터게이트 이야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워터게이트"는 닉슨 대통령과 닉슨 정부 관련자들이 은밀하게 저지른 (간혹 불법적인) 행동을 아울려 말한다. 워터게이트의 진모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 칼 번스틴과 밥 우드워드가 무려 2년 동안 의문점을 추적하면서 밝혀냈다. 칼 번스틴과 밥 우드워드는 다른 기자들은 넘어간 소소한 사실을 바탕으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밝힌 전설적인 기자 둘이다.


칼 번스틴(왼쪽)과 밥 우드워드(오른쪽) 설정샷?


1974년 탄핵 위기를 맞은 닉슨 대통령은 결국 자진해서 사퇴한다. (그 기회를 놓칠세라) 기자 칼 번스틴과 밥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밝혀낸 실제 취재 과정을 담은 책을 닉슨 사퇴 같은 해 출간한다. 제목은 'All the President's Men(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이 책을 바탕으로 동명으로 영화가 1976년 나왔다.


워터게이트 영화 포스터영화 포스터

소스 : Warner Bros.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꼽은 최고의 영화 26개 중 하나다. 2010년에는 미국 의회 도서관이 역사적으로 보호할 영화로 선정하기도 했다. 문화적, 역사적, 심미적으로 중요한 영화라며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필름을 보관 중이다. (영화 선정이 2010년이어서 망정이지, 지금 미국 의회 도서관이 순진하게 "우리 모두 워터게이트를 잊지 맙시다!"라고 하면 논란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더스틴 호프만 출연한다. 혹시 로버트 레드퍼드 지금의 모습을 보고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면 걱정 마라. 영화를 찍은 당시에는 지금의 브래드 피트만큼 인기가 좋았다.


로버트 레드퍼드 사진따단

소스 : Vanityfair


나는 워터게이트로 닉슨이 사퇴했다는 것만 알았지 (심지어 탄핵당하였다고 생각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관해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봤었다. 이해가 도통 안 되었었다. 예를 들자면 긴장된 표정으로 전화통화를 마친 주인공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두 번째 주인공 칼 번스틴 기자가 누구랑 통화했냐고 물었을 때다. 우드워드가 전화 통화한 사람이 "누구"라고 대답했을 때 두 남자는 서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 눈치를 봐서는 내가 놀라야 할 타이밍인데 나는 영어 이름도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대해 알아보고 다시 봤다. (사실 이 영화를 두 번 본 이유는 로버트 레드퍼드 덕이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과정을 조금은 알고 영화를 보니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 나오는 사람 이름만 알아두어도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단 영화 이해를 돕는 내용만 간략하게 정리하겠다.




우리가 스캔들을 묘사할 때 흔히 쓰는 단어 '워터게이트'는 사실 워싱턴 D.C. 존 케네디 센터 옆에 있는 건물 이름이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무실 건물에 민주당 전국 위원회(DNC; Democratic National Committee) 본부가 있었다. 1972년 6월 17일 민주당 전국 위원회 사무실에 5명의 남자가 무단 침입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워터게이트 경비원이 문이 잠기지 못하게 문 걸쇠에 테이프가 붙여져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경비원은 별생각 없이 테이프를 떼고 다시 할 일을 봤는데 나중에 테이프가 걸쇠에 다시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경찰을 불렀다…. 1970년대의 스릴러에서는 레이저빔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테이프가 등장한다)


당시 워터게이트 건물 외관이다.


이틀 후 6월 19일 밥 우드워드가 워터게이트 건물 침입자 중 한 명이 공화당 안전요원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닉슨 대통령 재당선 위원회' 수장이자 전 법무부 장관 존 미첼(John Mitchell)은 워터게이트 침입 사건과 공화당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8월 1일 번스틴과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침입자가 공화당 선거 운동 위원회로부터 2천5백만 원짜리 수표를 받았다는 걸 알아낸다. 10월 10일 FBI는 워터게이트 침입이 닉슨 대통령 재당선을 위한 대대적인 정치적 스파이 행위의 일부라고 판단했다는 것도 번스틴과 우드워드가 보도한다. 그들은 "Deep Throat"라는 별명을 가진 정보원을 통해 워터게이트 정보를 얻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번스틴과 우드워드는 단짝이 된다.


1972년 11월 8일 닉슨은 압도적인 득표 차이로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다. 60% 이상의 표를 얻으며 대통령에 재당선된다. 영화는 여기에서 끝난다.


1973년 1월 닉슨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조지 고든 리디와 제임스 맥코드 주니어가 워터게이트 침입 사건을 책임지며 유죄 판결을 받지만 번스틴과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사건 경위가 제대로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4월에는 닉슨 백악관 고위직 두 명과 법무부 장관이 이유를 밝히지 않고 사임한다. 백악관 법률고문 존 딘은 해고당한다.


해고당한 존 딘은 특별검사 아치볼드 콕스가 이끄는 워터게이트 조사에 응한다. 존 딘은 닉슨 대통령과 워터게이트 은폐에 관한 이야기를 최소 35번은 했다고 워터게이트 조사단에게 말한다. 이를 번스틴과 우드워드가 6월 3일 보도한다. 워터게이트 조사단은 또한 (4월 사퇴한 백악관 고위직) 존 에리크만에게 보내진 메모를 발견한다. 국방부 비밀보고서 사무실을 털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번스틴과 우드워드는 6월 13일 보도한다.


7월 13일 대통령 전직 비서가 1971년부터 백악관에서 이루어진 전화를 닉슨 대통령이 모두 녹음했다고 의회 증언에서 밝힌다. 이 소식에 닉슨 대통령은 백악관 녹음 시스템을 해체해버렸다. 통화 녹음파일을 의회나 FBI 조사관에게 주기를 거부했다. 그러다 10월 20일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조사단을 이끄는 특별검사 아치볼드 콕스를 해고한다. 그 유명한 "토요일 밤의 학살(Saturday Night Massacre)"다. (이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셸리 예이츠와 제임스 코미를 자른 것을 '토요일 밤의 학살'로 표현된다. 참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에 달린 대통령 탄핵 여부 글) 닉슨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반발로 법무부 장관과 법무차관이 사임한다. 의회는 대중으로부터 닉슨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1974년 7월 24일 미국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닉슨 대통령에게 백악관 전화 녹음 기록을 조사단에게 넘기라는 판결을 내린다. 7월 27일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는 닉슨 대통령을 "사법 방해죄"로 탄핵하기 시작한다. 1974년 8월 8일 미국 역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사임한다. (닉슨의 사임으로 부통령에서 대통령이 된 포드 대통령은 닉슨을 사면해준다. 트럼프 대통령 사면에 관한 글은 트럼프가 사면권을 쓰게 될까? 사위 쿠슈너가 제일로 법적 어려움[트럼프스캔들 #4] )


아이러니하게도 닉슨 대통령 전화 기록을 통해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침입 사건에 관해서는 정말 몰랐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러나 침입 사건이 닉슨 대선 운동회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범죄를 은닉하려다 "사법 방해죄"로 대통령직을 잃게 된다. 지금 1973년과 1974년을 돌아보면 워터게이트는 뻔한 사건처럼 보인다. 당연히 밝혀질 사건처럼 보인다. 지금은 필연적으로 보여도 1973년 워싱턴 포스트 기자 칼 번스틴과 밥 우드워드가 사건을 쫓기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도 워터게이트 침입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러한 상황을 영화에서 참 잘 담아낸다. 


번스틴과 우드워드가 워싱턴포스트에서 터트리는 뉴스를 읽던 당시 1973년-1974년 상황을 잘 담은 책도 있다. 뉴요커(Newyorker) 잡지에서 일하던 엘리자베스 드류 기자가 쓴 책 'Washington Journal: The Events of 1073-1974'(영어)다. 시작과 끝이 확실하게 역사책에 정리된 워터게이트가 아니라, 소문과 혼란, 반쪽 진실로 가득 찼던 2년 간 기자 수첩에 매일 적은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이 워터게이트와 얼마나 비슷한지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1979년부터 있었던 ISIS, 도시 '라카'를 뺏는다고 사라질까?

[트럼프 정책] "트럼프케어" 지지율 바닥인 이유와 그래도 계속 추진되는 이유

성격테스트 말고 '시간 개성' 테스트 해보자! 행복해지는 시간관 알아보기

스탠퍼드 감옥실험 짐바르도 교수가 추천하는 자신감 키우는 방법 - 매직 일탈



가족과 친구와 나누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네이버
밴드
카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