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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사진덥다.



외국에서 대대적으로 보고된 큰 테러 사건은 한국에도 보도된다. 2017년 맨체스터 아레나 폭탄 테러, 2016년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 등 테러 사건의 끝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여러 테러 사건의 공통점은 신문에 보도되는 용의자(범인) 사진이다. 다들 무슬림(이슬람교도)로 생긴 게 비슷하다. 왜 우리 뉴스 속 테러범은 다 무슬림일까?



|비슷한 테러 사건, 다른 언론 보도

2014년 미국에서 6개월 차이로 경위가 비슷한 범죄가 발생했다.


6월 8일, 밀러(Miller) 부부가 경찰관 두 명과 시민 한 명을 죽였다. 라스베이거스 어맨다 부부는 경찰관을 죽인 후 반정부를 천명했다. 그들이 죽인 첫 번째 경찰관 몸에 스와티카(옛 독일 나치당의 십자 표시)와 미국 독립전쟁 시대의 깃발을 둘렀다. 죽인 두 번째 경찰관 몸 위에는 "이게 혁명의 시작이다."라고 적힌 쪽지를 남겼다. 미국 독립전쟁 시대 깃발은 반정부주의 상징으로 백인우월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깃발로 사용한다. 후에 남편 제라드(Jerad)와 어맨다(Amanda)는 죽는다.


6개월 뒤인 12월 20일, 이스마일 압둘라 브린슬리이 경찰관 두 명과 시민 한 명을 죽였다. 브린슬리는 경찰관을 죽인 후 흑인 에릭 가너너(Eric Garnerand)의 복수라고 천명했다. 경찰관이 흑인 가너너를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담배를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체포 도중 목을 졸라 숨지게 했기 때문이다. "Black Live Matters(흑인도 사람이다)"라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후에 브린슬리는 죽는다.


두 사건 모두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브린슬리가 뉴욕에서 경찰관을 죽였다는 것은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밀러 부부에게 관해서는 미국에서도 별로 보도되지 않았다.  구글에서 밀러 부부의 이름을 검색하면 위키피디아에 "2014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2014년 Las Vegas Shootings )"이라는 제목으로 나온다. 브린슬린의 이름을 검색하면 "2014 뉴욕 경찰관 총살 사건(2014년 killings of NYPD officers)"이라는 제목으로 검색된다.


이 두 사건은 기가 막히게 비슷하다. 경찰관 두 명과 시민 한 명이 죽었고, (진실이야 어쨌든) 두 사건 범인 모두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다. 두 사건 범인 모두 죽은 것까지 똑같다. 다른 점은 두 사람의 인종과 종교다. 백인 밀러 부부는 천주교고, 흑인 브린슬리는 무슬림이다.


|사전적 '테러 사건' vs 사람들의 '테러 사건'

조지아 주립 대학 범죄학자 에린 케언스(Erin Kearns)가 보고서 "왜 특정 테러 사건은 다른 사건에 비해 더 많이 보도될까?(Why Do Some Terrorist Attacks Receive More Media Attention Than Others?)"를 발표했다.


케언스는 아주 기본부터 시작했다.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는지 실험을 했다. 실험을 목적으로 구체적인 '허구 사건'을 만들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시간, 사망한 사람 수, 사용한 무기 등을 정했다. '실험 변수'는 범인의 종교였다. 어떤 참가자는 범인이 천주교인인 허구 사건을 읽었고, 어떤 참가자는 범인이 기독교인인 허구 사건을 읽었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범인이 무슬림인 허구 사건을 읽었다. 케언스는 실험 참가자가 범인의 종교별로 허구 사건을 받아들이는데 차이가 있는지 관찰했다.


차이가 있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무슬림 범인이 저지른 허구 사건을 '테러 사건(terror attack)'이라고 정의했다. 천주교인이나 기독교인 범인 허구 사건을 참가자들은 '증오 범죄'라고 말하거나 그 범죄를 어떤 식으로 나누라고 하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증오범죄는 편견을 가진 개인이 일으키는 범죄) 실험 참가자들이 허구 사건을 '테러 사건'이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제일 중요한 요소는 테러범이 이슬람교도인가였다. (참고로 '무슬림'과 '이슬람'은 다른 단어다. '무슬림'은 이슬람교도로,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을 칭한다. '이슬람'이 종교이다)


맥도날드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의 단면을 의도치 않게 보여준 적이 있다. 햄버거에서 벌레가 나와서 맥도날드에 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맥도날드는 고심해서 맥도날드 가게 유리마다 공지를 적어놓는 마케팅 캠페인을 벌였다.


"맥도날드 햄버거에는 벌레가 없습니다."


실패한 마케팅의 유명한 예다. 아무도 저 공지를 보고 "아, 벌레가 없으니 꼭 가야겠다."라고 하지 않았다. 맥도날드를 찾는 사람이 더 줄었다. 우리는 '여기 벌레 없어'라는 말에 '여기 벌레 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컴퓨터처럼 기계적으로, 사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가 테러 사건에 갖은 인식도 마찬가지다. 사전적으로 '테러 사건'은 '정치적·종교적·이데올로기적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강압하고 겁을 주는 사건'이다. 테러 사건을 '이슬람교도가 저지르는 범행'이라고 정의된 사전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사전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신문 속 그 사건

에린 케언스는 글로벌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2011년과 2015년 사이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분석했다. 총 89개 테러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테러 사건들이 언론에 어떻게 보도되었는지 분석했다. 지역신문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com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조사했다.


케언스의 연구 조사 결과, 테러범이 무슬림이 아닌 테러 사건보다 테러범이 무슬림인 테러 사건이 언론에 4.5배 더 많이 보도되었다. 다시 말해, 이슬람교도가 아닌 테러범은 이슬람교도 테러범보다 7명을 더 죽여야 이슬람교도 테러범만큼 보도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5년 동안 이슬람 극단주의가 일으킨 테러 사건은 총 테러 사건의 12%이다. 총 테러 사건의 50% 이상이 (밀러 부부와 같이) 백인우월주의를 띄는 극우주의 성향 사람들에 의해 행해졌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되는 테러 사건의 50%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사건이다. 뉴스도 결국 사람이 쓰는 거다. 뉴스를 보고 테러 사건과 이슬람교도를 연관 지은 아이는 커서 이슬람교도가 저지른 테러 사건을 보도하고, 그 보도를 또 다른 아이가 보게 된다.



|소수 집단 vs 다수 집단

미시간 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무니바 살렘(Muniba Saleem)은 언론에서의 테러 사건 보도가 국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다. 실험 참가자에게 무슬림에 대한 뉴스 영상을 보여준 후, 참가자들이 지지하는 국가 정책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참가자 3분의 1은 테러를 저지른 무슬림에 대한 뉴스를, 다른 참가자 3분의 1은 평범한 무슬림을 다룬 뉴스를, 나머지 3분의 1은 사회에 기여하는 무슬림 뉴스를 봤다.


살렘 교수는 부정적인 뉴스 클립을 본 참가자 3분의 1은 이슬람을 믿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불법적인 정책까지 지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살렘은 이를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설명한다.


이 예로 살렘 교수는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슬람교도인 그녀가 받았던 질문을 얘기한다. 9/11 테러 사건 직후 사람들은 그녀에게 "무슬림으로써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묻거나 "이슬람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 거 같냐?" 등의 질문을 계속 받았다고 한다. 9/11 테러 사건 범인은 모두 무슬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남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나가는 '남자'를 붙자고 9/11 테러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지 않았다. "남자로서 이 테러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냐?" 또는 "남자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 거 같냐?" 등의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슬람교 남자'에서 사람들의 눈에 띈 건 다수 집단 '남자'가 아니라 소수 집단 '이슬람교'였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남자를 붙잡고 물어볼 정도로 '남자'라는 게 희귀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남자이거나,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이 남자다.


소수 집단의 구성원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소수 집단 전체의 속성으로 여기고, 다수 집단의 구성원이 범죄를 저지르면 범행을 한 개인의 속성으로 받아들인다. 소수 집단인 흑인 남성이 범죄를 저지르면 흑인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다수 집단 백인 남성이 범죄를 저지르면 범죄를 저지르는 개인의 이야기가 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는 우리의 '좋은 의도'로 점수를 매기고, 남들에게는 그들의 '나쁜 행동'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Too often we judge other groups by their worst examples, but judge ourselves by our best intentions,”
- (뜻밖에) 조지 부시 대통령


개인의 '나쁜 행동'을 개인이 속한 집단의 속성으로 결정짓는 이 현상의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그 집단에 익숙해지는 거다. 살렘 교수는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싶다면 이슬람교도 사람들과 더 접촉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무슬림을 접한 사람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무슬림 사람도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다. (또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무슬림 사람도 있고, 나쁜 무슬림 사람도 있다고 인지하는 거다. 그래서 뉴스 속 테러범의 얼굴을 봤을 때 '나쁜 무슬림' 중, '나쁜'이 내 눈에 띄게 말이다. 동성결혼에 반대하다 찬성한 사람 32%가 마음을 바꾼 이유로 '동성연애자인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기 때문에'라고 퓨 리서치센터에 답했다. 미국 대중 인식의 변화로 2015년 6월 미국 전역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



|즐기면서 무슬림과 친해지는 다큐멘터리 3개 추천


편견을 버리는 다큐멘터리 1

소스 : HBO


미국 미시간 주 디어본에 미국에서 제일 큰 무슬림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이곳에 사는 이슬람교도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슬람교도들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무슬림 공동체 밖 자신을 다르게 보는 외부인들의 시선을 느낀다. 특히 이슬람교 어린이들이 외부의 편견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가슴 아픈 장면도 나온다.


편견을 버리는 다큐멘터리 2

소스 : Vaguely Qualified Productions


미국 무슬림 코미디 그룹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모습을 담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코미디로 사람들의 편견을 웃음으로 승화하려 한다. 자신이 무슬림이어서 오는 코미디언으로서의 한계도 있다. 무슬림 코미디언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단, 이 다큐멘터리에서 찍은 코미디 내용은 내 웃음 포인트와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은 알려둔다)


소스 : Stories Seldom Seen, Charlotte Street Films



미국 FBI가 무슬림 정보원을 통해 미국 테러 음모를 폭로하는 과정을 담은 함정 수사 다큐멘터리다. FBI가 테러범이라고 점찍은 인물도 무슬림이다. 무슬림이어서 FBI와 일하고, 무슬림이어서 FBI에게 쫓기는 이야기다. 이 다큐멘터리는 실제 테러범이라고 의심받은 사람의 인터뷰도 따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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