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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길을 잃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이 표현은 사회언어학자 데보라 태넌이 책 'You Just Don't Understand'에서 길을 묻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지도 앱이 나오기 전에는, 길을 잃었을 때 스스로 두리번거리면서 찾거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봐야 했었다. 하지만 남자는 대개 길을 잃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았고, 데보라 태넌은 이 이유를 탐구했다.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모든 남자가 길을 안 묻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데보라 태넌은 자기 남편은 길을 잘 묻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남자는 길을 묻지 않는다"는 표현에 공감한 이유가 있다. 특히 길 잃었을 때 남자 옆에 앉아있던 여자(나) 공감한다. 태넌이 여러 남자에게 왜 길을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냐고 묻자, 그들은 '다른 사람 어차피 길도 모르면서 잘못된 방향을 이야기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왜 여러 남자는 다른 사람이 잘못된 길을 알려줄 것으로 생각한 걸까?



|남자는 대화로 서열을 정하고, 여자는 대화로 친밀도를 정한다.

사회언어학자 태넌은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 행동이나 말을 관찰해 그들의 내면을 탐구한다. 말은 단순한 문법의 조합이 아니다. 우리는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 무수한 선택을 하고 말을 내뱉는다.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 어느 정도 직접 말할지, 장난스럽게 말할지, 비꼬아 말할지 정한다. 말을 아예 안 하기로 할 때도 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받은 영향이 우리 말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하면 성인들의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태넌은 말한다.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낸다. 누구에게, 어디까지 비밀을 알려주느냐로 친밀도를 정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를 따돌리는 이유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가 옆에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와 '말'로써 친밀도를 쌓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자애들은 대화로 친밀도를 형성한다.


남자애들은 대부분 운동 및 게임 등의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여자애들보다 더 큰 무리를 지어 다닌다. 농구나 축구를 하려면 인원이 꽤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애들은 그 무리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자랑한다. 말을 잘해 무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애가 그 무리의 지도자가 된다. 남자애들은 대화로 그룹 서열을 정한다. 


남녀 모두 대화로 '친밀도'와 '서열'을 형성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 사이에서도 말이 서열을 정할 때가 있다. 어떤 일을 겪었다는 친구의 말에, 자기는 그보다 더한 일을 겪었다며 친구를 앞서려고 하는 경우다. 또, 남자친구 사이에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질 때가 있다. '친밀도'를 중점으로 말을 하는지, '서열'을 중점으로 말을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대체로 여자들은 대화로 가까워지려고 하고, 남자들은 대화로 어떤 사안에 결정을 내려 한다.



|집에서 말 많이 하는 여자, 밖에서 말 많이 하는 남자

말을 '친밀함'의 도구로 이용하는 여자는 집에서 말을 많이 한다. '내 속마음 어디까지 얘기할까'가 친밀도의 기준인 여자는, 남편에게 가감 없이 오늘 일어난 일을 이야기한다. 말을 '서열'의 도구로 이용하는 남자는 공적 장소에서 말을 많이 한다. 세미나 등 사람이 많은 공적인 장소에서 말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뽐낸다.


태넌은 소규모 세미나에서 강의했을 때도 남녀의 태도 차이를 느꼈다. 태넌 세미나 때 한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눈에 띄게 질문도 많이 했고, 자기 생각도 주저 없이 얘기했다. 여자는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 세미나에서 '커플 사이 대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남자는 자신의 부인을 가리키면서 "우리 집에서 제일 말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세미나를 듣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웃었지만, 테넌은 그 커플이 대부분 커플의 경위와 비슷하다고 여겼다. 말을 통해 가까워지려는 아내와 말을 통해 사회적 우위를 점하려는 남편의 모습이 말이다.



|부부가 싸우는 이유

대화 방식 비슷한 사람끼리는 서로의도 파악하기 쉽지만, 말하는 스타일이 다른 사람 사이에서는 서로의 행동을 오해하기 쉽다. 여자가 남자에게 '코트 잊지 말아라'라고 할 때, 여자는 내가 당신을 생각한다는 우호적인 제스처다. 남자는 엄마가 아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잔소리로 생각하기 쉽다. 또, 여자는 남자가 말을 잘 안 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은 일을 여자가 남자에게 얘기했을 때, 여자는 '말'을 통해 가까워지고 싶다. 하지만 남자는 단순히 친밀감만 쌓는 '말'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여자의 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의 문제점을 들은 남자는 '그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여자에게 말하고, 여자는 '누가 그걸 몰라서 말하냐'고 한다. 남자는 그럼 왜 나에게 물었냐라고 물으며 싸우기 쉽다.


테넌은 '말'에 대한 남녀 태도 차이가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하며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었다. 어느 날 여자가 그날 하루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남자에게 했고, 남자에게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어봤다. 남자는 그날 별로 특별한 일이 없다고 답했다. 그날 밤, 친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남자는 그날 일어났던 어떤 일을 재치있게 얘기하여 그 식사자리 친구들은 모두 박장대소를 했다. 여자는 왜 내가 당신 얘기를 다른 사람과 함께 처음으로 들었어야 했냐며 섭섭해했다. "우리 가장 친한 사이 아니야?"


테넌이 세미나에서 이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사람도 자기 여동생 부부의 이야기를 얘기해줬다. 여동생 남편이 여동생에게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장인에게 했다. (쇼크!) 왜 자기에게 먼저 말하지 않았냐고 여동생이 묻자, 남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가 묻지 않았잖아!"


남녀 대화 차이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면 데보라 테넌의 '남자의 말 여자의 말'을 추천한다.


집에서 얘기 많이 하는 여자가, 밖에서 많이 안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여자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급격히 상실한다: 부부가 집안일을 분담해야하는 이유 : 내 아이의 자존감과 성취욕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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