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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무엇보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이유


그동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던 백인 (전직 또는 현재) 제조업 종사자들이 2016년 대선에서는 주류 예상을 깨고 공화당 후보 트럼프를 뽑는다. 평생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한 노동자 계급이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뉴욕 억만장자 트럼프를 지지할 거라고는 다들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급감으로 미국 경합주와 남부 유권자는 급감하는 제조업 일자리에 큰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 수

미국 제조업 일자리 수가 지금은 1940년대 수준에 못 미친다. 많은 제조업 종사자들이 실직했다.


트럼프는 "부시와 오바마 대통령은 사업 경험이 없고 미국 거대 기업과 친하기 때문에 중국 제품 관세 정책, 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국제 무역 협상에서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이 뒷전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는 "미국 정치인들은 기업의 기부금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국가 조세 정책을 이용해 기업이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충분히 압력을 줄 수 있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수십 년간의 비즈니스 경험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며, "몇십 년간 정치인 생활을 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되어봤자 지금이랑 달라질 게 없다"고 유세했다. 트럼프는 사업가로서의 기질을 발휘하여 국제 무역 협상을 통해, 미국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다시 찾아오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모든 대통령에게 국가 일자리 창출은 필수과제지만, 트럼프에게는 (전문직이나 기술직보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트럼프 모자 'Make America Great Again'

트럼프 선거 구호는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의 영광을 되찾자)"였다.

소스 : Gage Skidmore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 CEO 하나둘 다섯 떠나는 과정. (부제 : 헤어짐에 대처하는 트럼프의 자세)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식 직후 트럼프는 미국 내 제조업 활성의 목적으로 '제조업 자문회(manufacturing council)'를 설립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CEO 28명과 함께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에 주력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아니면 최소한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 위해)서다.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 참여 CEO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되면 자사 '착한 기업의 이미지'와 애국적인 면모를 뽐낼 수 있다. 덤으로 CEO들은 자사에 유리한 정부 정책이 추진되도록 입김을 불어 넣을 수 있겠다.


하지만 트럼프 '샬러치빌 발언' 이후,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에 소속된 CEO 여럿이 공식적으로 탈퇴 의사를 밝힌다. 


['샬러치빌 발언' : 솔직함과 직설을 내세우던 트럼프가 '대안 우익(alt-right. 주류 공화당보다 더 극단적인 우파. 백인 우월주의자 성향을 띤다)'의 테러 사건을 규탄하는 데에만큼은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된다. (폭력사태 '양측에게 책임이 있다'는 트럼프의 샬러츠빌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이유) 논란 이후 '대안 우익'을 규탄하는 듯하다가 하루 만에 말을 또 바꾼다. (트럼프타워 新 트럼프 샬러치빌 발언이 논리적으로 잘못된 이유 - 트럼프의 본능) ]


트럼프의 '샬러치빌 발언' 이후, 제약회사 머크(Merck) CEO 켄 프래지어(Ken Frazier)가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에서 탈퇴한다. '제조업 자문회' CEO 중 유일하게 흑인이었다.




"샬러치빌 테러 사건을 왜 바로 규탄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 정황을 파악하고 신중히 대답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던 트럼프가, 켄 프래지어의 탈퇴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켄 프래지어가 대통령 제조업 자문회에서 탈퇴한 걸 봐서 앞으로 소비자를 등쳐먹던 약 가격을 낮출 시간이 더 많이 생기겠네요!"



얼마 안 돼서 언더아머(Under Amrmour) CEO 케빈 플랭크(Kevin Plank)트럼프 '제조업 자문회'에서 탈퇴한다. 언더아머는 미국 스포츠용품 회사로, 스테판 커리가 언더아머 모델 중 하나다.


언더아머 CEO 플랭크는 이번 트럼프 샬러치빌 발언 이전까지는 트럼프 팬이었다.

"친기업 대통령은 정말 국가에 큰 자산입니다."

“To have such a pro-business president is something that is a real asset for the country.”


이런 발언으로 CEO 플랭크는 언더아머 회사 직원들과 스테판 커리의 비난도 받았었다. 스테판 커리는 광고주 언더아머의 CEO가 트럼프를 'asset(자산)'이라고 칭한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틀린 말 아닙니다. 'asset(자산)'에서 철자 'et'만 빼면."
"I agree with that description, if you remove the 'et'."

'asset' - 'et' = ass (엉덩이. 멍청이)



언더아머 CEO는 논란을 잠재우려 신문 전면 광고를 내어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기도 했었다. 언더아머 제일 큰 스포츠 스타 스테판 커리의 공개적인 비난에도 트럼프를 떠나지 않았던 언더아머 CEO가 이번에는 트럼프와 깨졌다.




인텔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바로 사퇴한다.




인텔이 수출입이 많은 국제적인 기업인만큼 인텔 CEO 크르자니크는 트럼프 정부의 조세정책과 (특히 중국과의) 무역정책에 대단한 관심을 쏟았었다. 심지어 트럼프의 호의를 얻기 위해 트럼프 당선 이전 몇 년 간 계획했던 미국인 고용과 미국 내 투자 계획을 트럼프의 공으로 돌렸었다. 인텔 CEO는 애리조나주에 7조 원을 들여 인텔 공장을 짓고 3천여 명의 직원을 고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트럼프 취임 1달 뒤인 2017년 2월 발표한다. 트럼프는 올 2월 인텔 CEO의 호의도 돌려줄 겸, '트럼프 효과'를 홍보할 겸 인텔 CEO와 언론을 백악관 집무실에 초대했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았다.


원래 트럼프는 그와 친했던(관계를 맺었던) 사람의 비난에 더 어림없다. 인텔 CEO 도망에 트럼프가 또 반응한다.

"아무리 많은 CEO가 제조업 자문회를 탈퇴해도, 대신할 CEO 얼마든지 많습니다. 어차피 박수갈채를 노려 겉치레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죠. 일자리! 일자리!"



트럼프 트윗 몇 분 후 비영리조직인 '미국 제조업 연맹(Alliance for American Manufacturing)' 회장 스콧 폴(Scott Paul)조차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에서 탈퇴한다. ('제조업 자문회'에서 제조업 연맹이 빠진다)



이미 지난 6월,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일빠로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에서 탈퇴했었다. 일론 머스크는 우주수송 장비 제조 및 판매 회사 '스페이스 X(SpaceX)'와 전기자동차 및 에너지 회사 '테슬라(Tesla)' 창업주이자 CEO다. (일론 머스크는 두 회사의 CEO다) 지구를 환경오염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테슬라'를 설립하고, 인류가 환경오염이 된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민할 수 있도록 '스페이스 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파리 기후 조약 탈퇴에 대한 항의로 자문회를 떠났다. 




(다른 CEO보다 유명한)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에 탈퇴하라는 압력을 많이 받아왔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의견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를 해야 한다"며 트럼프 자문회에 참가했었다. 머스크 운영하는 회사의 특성상 미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는 것도 머스크의 선택에 물론 작용했겠다. 스페이스 X는 미국 정부 기관 NASA의 계약으로 지금 이익을 얻고 있다. (머스크는 NASA 수익으로 장차 인류가 대이동할 '화성 열차(화성 우주선)' 건설하고 있다) 테슬라도 정부 규제에 따라 전망이 달라진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자동차 판매 대리점 규제, 에너지 정책 등 정부 규제가 많은 자동차 시장에서 머스크는 트럼프 정부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파리 기후 조약을 탈퇴한다면 트럼프 정부와 미팅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었고, 그래도 트럼프가 파리 기후 조약을 탈퇴하자 트럼프 자문 역할을 그만둔다.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는 트럼프 파리 기후 조약 탈퇴로 1명, 트럼프 '샬러치빌 발언'으로 4명이 탈퇴한다. 트럼프의 행동과 발언 때문에 CEO 5명이 탈퇴한 것이다.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에 참여해 자사의 이익을 대변하려던 CEO들이 탈퇴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트럼프의 발언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트럼프 발언의 논란이 워낙 커서 회사들이 자문회에서 탈퇴하라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포드 CEO 마크 필즈(Mark Fields)와 알코닉 CEO 클라우스 클라인펠트(Klaus Kleinfeld)는 회사 CEO 자리를 그만두면서 '제조업 자문회'에서 떠났었다. 그래서 현재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 CEO 수는 (기존 28명에서) 21명이다. 물론 트럼프의 논란에도 자문회에 계속 남을 CEO는 있다. 현재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에 남아있는 회사는 컴퓨터 IT기업 (Dell), 항공기 제작 및 방위산업체 보잉(Boeing), 제약회사 및 화장품 회사 존슨앤존스(Johnson & Johnson), 글로벌 인프라 기업 제너럴 일레트릭(General Electric), 생활용품 회사 3M가 있다. 소비자의 반응(여론)에 회사 수익이 직결되지 않을 업체도 다수 있다. 방위 산업 청부업체 해리스(Harris Corporation)와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nited Technologies Corp.), 전투기 제작사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Corporation), 철강회사 누코르(Nucor Corporation)와 팀켄(The Timken Company), 화학 회사 다우 케미칼(The Dow Chemical Company)은 트럼프 자문회에 계속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을 되찾아오겠다는 트럼프 : 미국 제조업 일자리 경쟁 상대가 로봇이라는 게 함정이다.


미국 내 제조업 노동자들이 값싼 외국 노동자들 때문에 피해를 본 건 맞다. 하지만 지금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대는 국외 노동자가 아니라, '로봇'이다.


미국 제조업 생산성전문직과 고위직 임원, 회사 주주들은은 세상이 '효율적'이 되었다고 여기겠고, 실직한 제조업 종사자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여기겠다.

소스 : TechnologyReview


실제 미국 제조업 생산량은 늘었다. 첨단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1980년대 100만 달러어치의 생산량에 25명의 노동자가 필요했다면, 오늘날은 5명의 노동자만 있어도 된다. 1980년대 제조업 노동자와 2010년 이후 공장이 요구하는 제조업 노동자의 기술력도 다를 것이다. 오늘날 제조업계는 로봇을 다루고 첨단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노동자를 원한다.

다음은 테슬라 전기자동차 모델 S (model S) 생산과정이다. 로봇이 대부분이다. (소스 : wired)



트럼프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건 아니다. 미국 조세 정책을 통해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고, 국제 무역 협상에서 미국 제조업 종사자의 입장을 더 반영할 수도 있다.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일자리 수십 개라도 소중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논란이 되는 행동과 발언을 계속하여 (alt-right 등의 특정 유권자의 지지는 얻지만) 주류 유권자의 지지를 잃고, 주류 유권자가 고객인 주류 기업들의 지지도 잃고 있다. 하지만 정말 기업과 해외 국가와의 협상으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는, 트럼프의 논란에 막혀 아직 시도조차 안 된 실험이다.


[업데이트]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를 4명이 더 떠났다. (3M, 캠벨 스푸 사, 미국노동총연맹-산별노조협의회(AFL-CIO) 2명) 그리고 뉴욕타임스에서 트럼프 '제조업 자문회'와 '경제 자문회(Strategy and Policy Forum)'에 속하는 CEO들이 자문회를 아예 해체하려는 목적으로 전화 회의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경제 자문회' 역시 사업가 출신 트럼프는 다른 CEO와 말이 통한다며, 미국 경제 발전을 목적에서 설립되었었다. 트럼프 '경제 자문회'에 속한 CEO 사실 더 화려하다. '경제 자문회'는 JP모건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CEO 스티븐 슈워츠먼, 세계 최대 자산 운용 회사 블랙록 CEO 로렌스 핑크,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 메리 베라, 월마트 CEO 더그 맥밀론, 펩시 회사 인드라 누이 등이었다. '경제 자문회'에 속했던 디즈니 CEO 밥 아이거와 스페이스X·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자문회 두 곳에 속했었다)는 트럼프 파리 기후 조약 탈퇴에 대한 반발로 '경제 자문회'에서 탈퇴했었다. 


'제조업 자문회'와 '경제 자문회' CEO들에게 버림받는 모욕을 받느니, 트럼프는 자문회를 아예 없애는 선택을 한다. 뉴욕타임스 보도 이후 트럼프는 "CEO 부담 안 주려고 '제조업 자문회'와 '경제 자문회' 모두를 해체하겠다"고 트윗한다.



이렇게 트럼프 주요 자문회 2개가 현재 해체되었다. 다음으로 논란이 될 자문회는 '사회 기반 시설 자문회(Infrastructure Council)'일 것 같다. 또 소식이 들리면 업데이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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