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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렌스

소스 : 인스타일


2014년 11월 영화사 소니 픽처스 회사 이메일이 해킹당해 유출되었다. 김정일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디 인터뷰'를 소니 영화사에서 투자 제작했기 때문이다. 이 유출사건에서 북한 손자국을 미국이 발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사이버 공격을 했다. (김정일이 할리우드 영화광이라 개인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이로 이해 회사 관계자 간의 이메일, 직원의 개인 정보, 미공개 영화 본편의 복사본 등이 유출되었다.

유출된 정보 중, 아메리칸허슬(American Hustle) 출연진이 받은 백엔드 보상이 논란이 되었다. '백엔드 보상'은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어 순이익을 창출했을 때 순이익의 일정 퍼센트를 받는 보상이다. 여자 배우 제니퍼 로렌스와 에이미 아담스는 백엔드 7%를, 남자 배우 제러미 레너와 브래들리 쿠퍼, 크리스찬 베일은 9%를 받았다고 밝혀진 거다.

그 당시 이미 제니퍼 로렌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로렌스가 출연한 '헝거게임'이 대박을 쳤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2013년 오스카 여우주연상도 타며 연기력도 인정받은 후다. 예능에도 대거 출연하면서 여성 팬도 많이 모았다.

이에 대해 제니퍼 로렌스는 여배우 친구 리나 더넘(Lena Dunham)이 운영하는 '레니 레터스'라는 사이트에 제니퍼 로렌스답게 재치있게 글을 올렸다.


리나가 레니 레터스에 글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 나는 매우 기뻤습니다. 리나 같은 천재와 작업을 하는 것도, 뭐에 대해 불평을 할까 생각해보는 것도요. (리나가 '불평글'을 써보자고 권한 건 아니지만, 나는 불평글을 쓸 겁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저 별로 얘기하지 않았어요. "인기있는 이야기"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나는 심지어 사람 목숨을 살린 아이스버킷 챌랜지도 참여 안 한 사람이에요. "의미 있는 일"보다 "인기있는 일"이 돼버린 거 같아서죠. 그냥 의미 있는 일에 기부를 해야 했는데, 나 그냥 까먹었다고요. 어쩔꺼에요. 나는 완벽하지 않아요. 하지만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 변화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할게요. 내가 아무도 화나게 하지 않도록 운을 빌어줘요.


내가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게, 내 상황이 그렇게 공감이 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때문이에요. 소니 해킹 사건이 일어나서 내가 고추 달린 운 좋은 사람들보다 얼마나 덜 받고 있는지 알았을 때, 나 소니에 화나지 않았어요. 나 자신한테 화났어요.

내가 일찍 포기해서 협상을 잘못한 거죠. 나는 수십억 달러 갖고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솔직히 저 돈 더 필요하지 않거든요. (제 이야기 공감하기 힘들 거라고 말했죠? 저 미워하지 말아요)

근데 내가 정말 솔직해진다면, 꼭 돈이 더 필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길 바란 게 협상을 제대로 안 한 이유에요. "까탈하다", "싸가지 없다" 이런 말 듣기 싫었어요. 협상 당시에는 좋은 생각 같아 보였어요. 인터넷에서 몸값을 보고 동료 남자들은 까탈하다고, 싸가지 없다는 말 들을까 봐 협상 안 하지 않는다는 거 알기 전까지는요. 내가 어려서 협상을 제대로 안 한 걸 수도 있어요. 아니면 내 성격 때문인지도 몰라요. 아마 둘 다이겠죠. 근데 내 이런 성격을 고치려고 몇 년간 노력해왔는데, 통계를 보면 나만 이런 성격을 고치려고 하는 여성 같지 않아요.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렇게 행동하도록 명령받는걸 가요? 우리가 투표할 수 있게 된게 90년 되나요? 나 진지해요. 내 핸드폰은 식탁에 있고 나는 소파에 있어서 계산기를 쓸 수가 없거든요. 아직 여자들은 여전히 남자들을 기분 나쁘게 할까 봐, 남자들을 무섭게 할까 봐 우리 의견을 돌려 말하는 습관이 남아있는 건가요?

몇 주 전 일하면서 내가 내 의견을 정확하고 깔끔하게 이야기했어요. 공격적으로 말고요. 그냥 솔직하게요. 저랑 일하던 남자가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고용한 남자예요) 말했어요. "잠깐만요! 우리 한 팀이에요!" 내가 그에게 소리 질렀다는 듯 반응했어요. 나는 너무 충격받았어요. 나는 그를 개인적으로 공격한 것도 아니었고, 불쾌하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얘기하자면, 내 말 틀린 이야기도 아니었어요. 나는 맨날 남자들이 남자 의견 내는 거 듣는데, 내가 내 의견을 남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자, 내가 꼭 모욕적인 이야기를 한 것처럼 행동해요.

나 이제는 앙증맞게 의견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 이쁨받는 일 그만두려고요. 어떤 각도로 이야기해야 내 의견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남자 책임자랑 나는 일해본 적이 없어요. 그들의 의견은 그냥 전달돼요. 제레미 레너, 크리스찬 베일, 브래들리 쿠퍼 모두 협상을 제대로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거에요. 그들이 말을 들었다면, 강하고 전략적이라는 말을 들었겠죠. 저는 싸가지 없는 애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며 내 정당한 몫을 받지 못했어요. 다시 말하지만 이게 내 생식기와는 전혀 상관없을 수 있어요. 근데 해킹된 다른 이메일 중에서 영화 제작자가 출연료를 협상하는 한 주연 여자 배우를 "버릇없는 애새끼"라고 한 것을 보면, 내가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에요.나는 그런 말을 남자 배우에게 쓰는 경우를 상상하기 힘들거든요.



제니퍼 로렌스와 공동 출연을 많이 한 브래들리 쿠퍼는 많이 찔렸는지, 앞으로 자신이 영화 출연할 때마다 여자배우에게 자신의 출연료를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남자와 여자 배우 출연료 격차가 이야깃거리가 되자, 솔직히 여자 배우 입장에서는 출연료 인상(동등)을 요구하기 쉬워졌다. 제니퍼 로렌스 출연료와 관련된 영화 제작사 소니 간부들이 엄청 욕을 먹는 상황에서, 이제는 여자 배우가 출연료 인상을 요구한다고 싸가지 없다고 말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샤를리즈 테론도 헌츠맨에서 크리스 헴스워스와 동등한 출연료를 요구하고, 받아냈다!

셰임리스 여배우 에미 로섬도 출연료 인상을 요구했다. 7년간 동료 남배우 윌리엄 메이시보다 낮게 받았으니, 지금은 오히려 남배우 메이시보다 더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공했다.

패신저스 출연료도 제니퍼 로렌스는 200억원을, 남자 배우 크리스 프랫은 150억원을 받았다.


이렇게 공개된 거 외에도 알게 모르게 변화가 있었을 거다. 할리우드에서 남녀 사이 연봉 격차 문제가 계속 대두되면서 우리 회사에도 영향이 미칠까?

할리우드와 일반 회사는 차이는 옆 좌석에 앉은 동료들의 얼굴(!)을 보면서 느끼는 것만이 아니다. 일단 동료의 연봉을 파악하기 힘들다. 할리우드에서도 해킹으로, 언론으로 군데군데 알려진다. 협상을 대신해주는 매니저도 없다. 우리 연봉은 배우 발 떼 수준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광고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무엇이 '멋짐'인지, 무엇이 구린지 정의한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가 입고 다니는 코트가 '멋지다'. 예전에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임수정이 어그를 신고 나와서, 그게 '멋져서' 나도 어그 샀었다. ㅋㅋㅋ (어려서 '미사'가 뭔지 모르면 미안하다)

우리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말로 '멋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너 여자처럼 달린다."
"걔 여자처럼 군다."
"그건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남자가 "너 여자애처럼 달린다"라는 말을 들으면, 자기 뛰는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할 거다. '여자애처럼'은 절대로 '멋짐'을 표현하는 말로 쓰이지 않는다. 

이런 우리 생각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광고가 있다. Always에서 제작한 3분짜리 짧은 광고다.

나는 이 광고를 보고 '여자애처럼'이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남자답게', '남자니까'와 같은 단어도 예전과는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사회에서 정의한 "멋진 일"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멋진 일을 당당히 하고 싶으면 스탠퍼드 감옥실험을 한 교수가 권하는 간단한 훈련법이 있다. 싸인펜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다.

[Inspiration/사람 탐구] - 스탠퍼드 감옥실험 짐바르도 교수가 추천하는 자신감 키우는 방법 - 매직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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