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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진


영화관에서 인셉션을 봤었는데, 보고 나서 뭔 내용인지 몰랐다. 인셉션은 크리스터퍼 놀런 감독 작품으로, 인간의 기억을 뺏고 심고 하는 내용이다.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하면 안드로메다로 빠진다) 그냥 할리우드 상상이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한건지 몰랐다.


인간의 '기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건, 내가 '짐바르도 시간관 테스트'에서 과거부정형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짐바르도는 (비정하게) 과거부정형은 말 그대로 "부정적"이니, 과거"긍정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과거가 있고, 그걸 기억하는 내가 있는데 어떻게 안 좋은 과거를 어떻기 좋게 만드나? '과거 긍정형이 되자!'라는 건 순정만화 속 주인공이나 과거가 모두 좋은 일로만 가득한 순진해 빠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같이 부정적인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미국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실험이다. 
자동차 사고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질문했다. 자동차 사고 당시 속도가 어땠을 거 같냐고 말이다.

질문을 할 때 사용한 단어는 조금씩 달랐다.
자동차가 박살 났을 때(smashed), 당시 자동차 속도가 어땠을 거 같나요?
자동차가 충돌했을 때(collided), 당시 자동차 속도가 어땠을 거 같나요?
자동차가 부딪쳤을 때(bumped), 당시 자동차 속도가 어땠을 거 같나요?
자동차가 치었을 때(hit), 당시 자동차 속도가 어땠을 거 같나요?
자동차가 접촉했을 때(contacted), 당시 자동차 속도가 어땠을 거 같나요?


자동차 사고 동영상을 본 참가자들에게 일주일이 지나 자동차 사고 현장에 깨진 유리를 본 걸 기억하냐고 물었다. 자동차 동영상 장면에 깨진 유리는 없었다.


실험 참가자들이 이 연구 지루해서 집중하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대학교 때 심리학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기말과제가 50장짜리 보고서를 작성하든지, 교수님 2시간짜리 심리 실험에 참가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모두 심리 실험에 참여했다. ㅋㅋㅋ 

그래서 이런 비난을 예상하고,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엄청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골랐다.

전쟁에서 포로로 잡힐 상황을 대비하여 고문 훈련을 받던 미군들을 골랐다. 심리적·육체적으로 굴욕적인 심문을 30분 동안 받은 후, 미군에게 자신을 고문했던 고문자를 찾아내도록 했다. 

연구자들이 다른 사람 생김새를 연상시키는 정보를 군인에게 제공하자, 많은 군인들이 자신을 30분간 굴욕적으로 고문한 실제 고문자를 골라내지 못했다. 밑 사진은 실제 고문자(?)와 고문자로 지목당한 사람 사진(!)이다. 

미군이 실제 고른 고문자와 실제 고문자 사진

소스 : How reliable is your memory? Elizabeth loftus Ted Talk / 편집·수정 : 판다 영감



로프터스는 또 다른 시험을 한다. 참가자들에게 그들이 5살이었을 때, 상점가에서 길을 잃었다는 거짓된 기억을 심어주었다. 참가자의 약 1/4에 이런 기억을 심는 데 성공했다. (?)

테네시에서 수행한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어릴 때 거의 물에 빠져 죽을 뻔했지만 안전 요원들이 목숨을 구해준 거짓 기억을 심었다. (??)

캐나다에서 수행한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어린 시절, 포학한 동물에게 공격받은 일이 있었다는 거짓 기억을 대상자의 절반에게 심는 데 성공했다. (???)

이탈리아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는 어릴 때, 악마(?!!!!!!!!)에 홀렸다는 거짓 기억을 심었다. 

이러면서 로프터스는 말한다.
"연구 윤리 위원회의 철저한 평가를 거쳤습니다. 위원회는 참가자 일부가 일시적인 불편을 겪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과정과 계속되는 기억의 남용을 이해하려는 이 문제의 중요성이 우선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무서운 사람들이다.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연구자들이 악마의 기억만 심는 건 아니다.

어릴 때 삶은 달걀, 피클, 딸기 아이스크림 등을 먹고 아프게 되었다는 거짓 기억을 심었다. 일단 이런 거짓 기억이 심어지면 사람들이 이런 음식을 예전처럼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런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거짓 기억이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기억이 유효한 기간을 지나서도 오랫동안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거짓 기억이 오랫동안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꼭 '좋은' 거짓 기억을 심어주고 말한다... 악마 거짓 기억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이 없다.


물론 이렇게까지 하라는 건 아니다. ㅋㅋㅋㅋㅋ 나도 거짓기억 심기 싫다. 우리는 우리 과거와 경험을 바탕으로 '자아'를 형성하고 내 '정체성'을 찾기 때문이다. 

근데 과거를 사실 그대로 봐야지 어떻게 "긍정적"으로 보냐, 과거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바로 나)에게는 기억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아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일단 자세가 바뀐다고 할까?


'현재 속' 나도, '과거'에 기여한다는 것을 알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이다. 현재의 내가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현재와 미래뿐만이 아니라는 거다.

과거를 다르게 보는 간단한 훈련들을 정리해놓았다.

더욱 과거긍정적인 사람 되기 훈련 정리 1더욱 과거 긍정적인 사람되기 훈련 정리 2

소스 : 짐 바르도 타임 패러독스 / 수정·편집 : 판다 영감




추가로,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소중하고도 연약한지 보여주는 스티브 타이러스라는 남자 이야기를 써보겠다.

스티브 타이러스

소스 : How reliable is your memory? Elizabeth loftus Ted Talk / 편집·수정 : 판다 영감


스티브 타이러스는 레스토랑 지배인이었다.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31살 남자였다. 그는 인생의 사랑 그레첸과 약혼한 사이였다. 어느 날 밤, 두 사람은 멋진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경관이 그들의 차를 세웠다. 타이러스 차가 그날 이른 저녁 여성 히치하이커를 강간한 남자 차와 비슷해서였다. 게다가 타이터스가 그 강간범과 약간 닮았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여러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강간범을 지목하라고 했다. 피해자는 여러 남자의 사진 중 타이러스 사진을 지목했다. "이 남자가 가장 비슷해요."라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은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스티브 타이터스 강간 재판에서 피해자는 증언대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이 맞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합니다." 타이터스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고 가족은 배심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약혼자는 소리 내 울며 바닥에 쓰러졌고 타이터스는 갇혔다.

타이터스는 법 제도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잃었지만, 묘책이 있었다. 지역 신문에 전화를 걸어 수사 기자의 관심을 얻어냈다. 그 기자가 실제 진범을 찾아냈다. 진범은 결국 범죄를 자백했다. 그 남자는 그 지역에서 50번의 강간을 범했었다. 이런 정보가 판사에게 전달되자 판사는 타이터스를 석방했다.

타이터스에게는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다. 직장을 잃었고 약혼자도 잃었다. 그녀는 타이터스의 분노를 견뎌낼 수 없었다. 그는 저축도 모두 탕진했다. 경찰과 책임자들에게 소송을 걸기로 했다. 법정에서 판결을 받기 불과 며칠을 남겨두고 아침에 일어나서 고통으로 괴로워하다가 스트레스 관련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스티브 타이러스는 35살이었다.

피해자 여성은 자신의 과거 기억을 확신하기에 과거 기억으로 사람 인생을 결정했고, 스티브 타이러스는 과거 기억이란 게 얼마나 변덕스러운가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과거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었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자신 직업이 "기억에 대한 연구"라고 하면 사람들은 항상 이름을 기억하다가 겪은 어려움, 알츠하이머의 걸린 친척 등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한다. 하지만 로프터스는 사람들이 망각하는 것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왜 일어난 일을 기억 못 하는 지가 아니라, 왜 일어난 일과 다르게 기억하는지, 왜 일어나지 않을 일을 기억하는 지에 대해 공부한다고 설명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기억은 녹음 기계처럼 작동한다고 믿습니다. 그냥 정보를 기록했다가 되살려낸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은 거의 위키피디아처럼 작동합니다. 내가 위키피디아 글 내용을 수정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도 글 내용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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